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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herie amour53

글쓰기와 태블릿 올 초에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다. 글쓰기라고밖에 말할수 없는건 어떤 종류의 글이라기보다는 그냥 무언가를 쓰고 싶었다. 지난 4년간 항상 글을 써왔다. 논문이라는 형태의. 나는 과학적 글쓰기를 바탕으로 하는 논문을 써왔는데 (과학적 글쓰기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논문도 있다. 아마?), 처음 논문을 썼을 때는 그리 막막하더니 (나의 첫번째와 두번째 논문은 흑역사의 증거로 나는 그 논문을 다시 읽을 때마다 참 부끄럽다), 이게 은근 기계적 작업이라 익숙해지고 나서부터는 말그대로 기계적으로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지니고 있는 글쓰기를 위한 에너지는 모두 논문으로 향하였고, 지난 4년간 연구외의 이야기는 거의 쓰지 못했다 (않았다). 사실 다른 글을 쓸 에너지가 없다기보다는, 글을 써야지하면 자연.. 2024. 9. 23.
2024년 2월 1일 2월 1일은 한국을 떠나 네덜란드에 도착한 날이다. 그래서 2월 1일이면 혼자만의 작은 기념을 한다. 처음으로 샀던 주황색과 노랑색이 섞인 튤립이 피는 걸 보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친구들에게 알린다. 네덜란드의 2월은 바람이 많이 분다. 내가 도착했던 그날도 그랬다. 날이 조금씩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오후 6시면 이미 어둑해져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오던 그 길, 차에서 바라본 이 마을의 초입, 첫 숙소에 들어섰을 때 공기, 광장으로 가는길에 맞은 바람, 첫 끼로 먹었던 브리 치즈. 이 모든 기억이 오감에 남아있다. 2월 1일이면 항상 생각한다. 차가운 공기가 어딘가 부드럽게 느껴지는 들숨에 봄이 곧 올것 같은 이 평범한 하루에, 이 도시 어딘가에는, 이 곳에 막 도착한 누군가가 있을거라고. 2024. 2. 2.
예테보리에서 예테보리에서 3월을 보냈다. 여행과 일상 사이 일상에 좀 더 가까운 날들이었다. 처음에는 도시가 주는 불안감에 혼란스럽다 한주가 지난후부터는 도시에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 지내는동안 날이 운이 좋게 하루는 맑았는데, 그날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화창한 하늘을 담았다. 흐린날은 눈에 별로 띄지 않던 건물들도 예뻐보였고, 언덕도 도시를 생동감있게 보이도록 했다. 그후부터는 흐린날도 이 도시가 좋아졌다. 지내는 동안 나를 정말 많이 신경써준 친절한 친구 덕분에 떠날생각을 하면 마음이 살짝 시큼해진다. 좋았던 시간이었다 :) 2023. 3. 31.
방브 시장 (Vanves flea market) 매 주말마다 파리 남쪽의 방브 시장에 갔다. 처음에는 기념품으로 남길만한 그릇 한두개를 사야지라는 마음으로 방문했다가, 빈티지에 빠져 매주매주 방문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본격 빈티지에 입문하였다. 덕분에 네덜란드에서 돌아와 새로운 집 꾸밀때 덕을 많이 보았다 (: 마켓이 정오쯤에 문을 닫아 여름 열기로 덮히기 전인 아침에 방문하여, 항상 날씨도 빛도 좋았다. 코로나로 인해 관광객이 없는 시즌이었는데 사람들이 많았다. 관광화가 되었다고 많이들 그러지만, 현지 사람들이 여전히 오는 곳인듯하다. 게다가 파리 내에서 손에 꼽히는 큰 규모이기도하여 한번에 여러 물품을 볼수 있어서 둘러보기 편하다. 보통 나는 10시쯤 방문에 한두시간씩 이곳에서 주말 아침을 보냈다. 작은 소품 외에도 가구나 책, 포스터도 찾을 수.. 2021. 3. 5.
파리의 서점 Bookstores in Paris 거리를 걷다보면 서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대부분 주인에 따라 특정 주제의 책을 판매하는 서점들이었다. 불어를 몰라 내용을 알긴 어려워도, 책 디자인과 삽화들이 에뻐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마레지구에는 예술서적 서점들이 많다) Shakespeare and Company 현지인 뿐만 아니라 관광객에도 유명한 서점이라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판매하는 책의 종류나 양이 다른 책방에 비해 많아보였는데, 위층 곳곳에는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Ofr. 이곳은 지나가다 발견했다지만, 꽤 마레지구 북쪽까지 걸어야 한다. 도로 반대편은 한적하여 천천히 걷기 좋다. 알고보니, 에코백으로 유명한 예술서점이었다. 일본 문화에 주인이 관심이 많은지, 방문한 .. 2021. 1. 5.
마레 지구 (Le Marais) 파리지엔인 Joseph이 말했다. 마레가 아니야. 르 마ㅎ에야. 보통 마레지구 하면 남쪽의 상점가를 말하는 경우가 많아 몰랐는데, 북쪽의 많은 부분도 마레지구에 속해있다. 피카소 미술관을 넘어 조금만 더 북쪽으로 걸으면, 한적하고 좀 더 많은 곳을 발견할수 있을 것이다 (: 지난 여름, 마레지구를 걸어다니며, 오며가며 쌓였던 기억의 조각을 나열해본다. 2021. 1. 3.
Petit pays 몽마르뜨 서쪽에 있는, 디저트와 샐러드가 맛있는 카페. 지나가다 우연히 보게 된 케이크를 테이크아웃하여 맛보았는데, 너무너무너무 맛있어서 그 후로 몇번이나 방문했었다. 케이크도 케이크이지만, 샐러드 정말 맛있어서, 소스 레시피 알아오고 싶었다. 이 케이크 저 케이크 다 맛보았지만 최고는 당근 케이크! 스태프도 너무 친절해서 방문할 때마다 기분이 좋았던 곳. 일요일 아침, 아직 해의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지 않아 살짝 시원한 공기를 느끼며 샐러드와 케이크를 테이크아웃해 오고 싶다. 2020. 11. 28.
Goguette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를 먹은 음식점. 여기는 누구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 원래는 내추럴 와인바를 찾다가 알게 되어 간 곳인데,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Goguette는 프랑스어로 얼큰하게 취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얼큰보다 기분좋게 취하기 딱 좋은 곳. 이곳에서 먹은 요리의 당근은 내가 먹은 당근 중 가장 맛있는 당근요리었고, 후식으로 먹은 판나코타 또한 너무 맛있어서 이 판나코타와 당근을 먹기 위해 파리를 다시 갈 수도 있을 것만 같다. 파리에 다시 간다면, 꼭 갈 와인바! 다만, 매일 매일 메뉴가 바뀌기 때문에 오늘의 음식이 내일도 있을지는 모른다는 점! 2020. 11. 28.
생 마르탱 운하 (Canal Saint-Martin) 파리 여름밤, 생 마르탱 운하만큼 좋은 데이트 장소가 있을까. 해가 저무는 이른 저녁, 운하를 따라 걷다가 주변 와인바에 들려 와인을 한두잔 한 뒤, 살짝 취해 기분좋은 산책을 하다 달이 비치는 운하 근처에 앉아 대화를 이어가는 이런 완벽한 두번째 데이트가 있을까. 주변에 와인바, 베이커리, 카페가 많아 파리에 머무는 동안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갔던 추억이 많은 곳 (: 2020. 11. 27.
Early June 파리에서 가장 좋아했던, 생 마르탱 운하 근처의 와인 바.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내추럴 와인바인데, Raisin에도 등록되지 않은 곳이었다. 우연히, 필연적으로 발견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와인바가 너무 예뻐서. 늦게 해가 저무는 여름 파리는 낮과 밤 그 사이에 잠시의 시간이 참 예뻤다. 이곳은 와인바 이름처럼 밤이라기에는 살짝 이른 시간이 예쁜 곳이었다. 옅은 우드톤의 테이블과 따뜻한 주황빛의 조명이 잘 어울렸다. 너무 좋아했던 곳이지만, 다시 갈 수 있을까. 짧지만 예쁜 기억으로 남아, 이대로만 간직하고 싶다. 2020. 11. 27.
파리 2020 7월 2020. 7. 31.
더위, 길어진 해 더위를 먹었다. 한국 여름의 습한 더위를 견뎌낸 나에게, 유럽의 건조한 여름은 아무것도 아니겠다 싶었는데, 왠걸, 나는 그냥 에어컨의 보호아래, 여름이면 가디건 하나쯤은 들고 다녀야 하는 빵빵한 냉방시스템에 익숙한 연약한 회사원일 뿐이었다. (교수님께 한국의 습한 더위가 싫어서 나는 겨울에 한국 가겠다고 말했는데, 어리석은 자의 자만심이었다) 지중해성기후로 유럽의 여름은 대체적으로 온도가 높더라도 건조한 탓에 실내는 시원하다. 그래서 유럽 대부분 나라는 냉방시스템이 잘 갖춰져있지 않다. 그런데 작년부터 이상기후로 폭염이 발생하여, 사람들이 여름에 냉방시설을 슬슬 구매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폭염이라고 할 순 없지만, 한낮에 햇빛으로 인해 남서향인 스튜디오의 실내 공기가 달궈져 후덥지근하다. 그래서 낮에는.. 2020.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