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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essay

글쓰기와 태블릿

by london_boy 2024. 9. 23.

올 초에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다. 글쓰기라고밖에 말할수 없는건 어떤 종류의 글이라기보다는 그냥 무언가를 쓰고 싶었다. 지난 4년간 항상 글을 써왔다. 논문이라는 형태의. 

나는 과학적 글쓰기를 바탕으로 하는 논문을 써왔는데 (과학적 글쓰기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논문도 있다. 아마?), 처음 논문을 썼을 때는 그리 막막하더니 (나의 첫번째와 두번째 논문은 흑역사의 증거로 나는 그 논문을 다시 읽을 때마다 참 부끄럽다), 이게 은근 기계적 작업이라 익숙해지고 나서부터는 말그대로 기계적으로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지니고 있는 글쓰기를 위한 에너지는 모두 논문으로 향하였고, 지난 4년간 연구외의 이야기는 거의 쓰지 못했다 (않았다). 사실 다른 글을 쓸 에너지가 없다기보다는, 글을 써야지하면 자연스레 논문만 썼다. 그러다 올 초에 작업중인 모든 논문을 제출하고, 임시로 아무것도 쓸 논문이 없자, 당황스러우면서, 글쓰기에 갈증을 느꼈다. 그때부터 무언가를 써야지 하면서, 여느 미개한 인간이 그렇듯 도구부터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조그만 노트에 글을 써왔는데, 무슨 바람인지, 어딘가에 공유하여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여, 내 글을 보고 누군가 나는 평가하는게 두려우면서도 남들이 읽어줬으면 하고 바랄때가 있다. 내가 딱 그런 마음이었다.나는 아주 좋은 타블렛이 있는데, 키보드가 없어서 실험용과 캔디크러시용으로 방치하고 있었다. 그러다 저번달에 드디어 키보드를 구매했고, 따뜻한 남쪽으로 여행 중인 나른한 오후, 완벽한 이 타이밍에 처음으로 타블렛으로 이렇게 글을 써본다. 

이제는 자주써야지. 휘발된 여러 이야기들이 아쉬우면서도,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이른때다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생각날때마다 써야겠다. 

사랑하는 올리브나무와 야자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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