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K, museum voor schone kunsten gent, Museum of Fine Arts Gent
겐트에 가고 싶었다. 여러모로 의미가 있어 2월에 가야지 했다가, 3월로 미뤄졌다. 특히 반 에이크 형제 최대 전시 때문이라도 4월 전시가 끝나기 전에는 꼭 가고 싶었다.
Van Eyck : An Optical Revolution
인기가 있는 전시라 예약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3월 중반 평일에 미술관과 버스를 예약해놓았는데, 그날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이 잡혀, 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럼 언제가야 하나 생각하다 이대로는 계속 생각만 할것 같아, 금요일 늦은 밤 다음날 아침 버스를 예약하고 무작정 갔다. (물론 미술관 표는 솔드아웃이라 예약하지 못한채)
역시나, 미술관 앞에는 SOLD OUT 이라는 표지판이 있었고 나처럼 앞에까지 왔던 사람들은 다른 곳을 향했다. 나도 떠날까하다 다시 한번 물어보고나 가자 싶어, 쭈뼛쭈뼛 경비할아버지께 정말 표가 없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 한번 들어가봐서 확인해봐라.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약간의 희망의 대답을 해주셔서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마침! 10분후에 입장표를 누군가 오지 못해, 카운터에 주고 갔다고 했다. 현금으로만 계산된다는데, 평소에는 들고다니지 않던 현금을 2시간거리지만 다른나라 온다고 들고 왔던 보람이있었다. 아주 흥분한채, 경비할아버지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입장을 했다.
이번 전시는 겐트 제단화 복원시점에 맞춰 열렸다. 제단화 가운데 양 그림이 있는데, 양 얼굴을 복원했다고 한다. 확대된 사진으로 봤을 때는 양 얼굴이 너무 사람 같아 이상했는데, 성 바보 성당에서 보니, 아주 작아서 잘 구별되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는 세계에 있는 얀 반에이크 작품 + 겐트 제단화 일부로 구성되었다. 미술관을 보지 않고, 성당만 갔으면 아쉬울 뻔 했다. 앙꼬 없는 찐빵? 현지인이 많이 오는 미술관은, 특히 이렇게 시기를 맞춰서만 올수 있는 특별 전시에는 현지인들이 많이 오신다. 대부분 60세 이상 되어 보이시는 분들로, 관람객으로 내가 매우 어린 축에 속할 때가 많다. 단체관람객이 많았고, 간이 의자를 들고 다니시며 작품 앞에 의자를 펴고 오랫동안 관람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는데, 사진 찍기에는 너무 경외감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반 에이크 형제의 제단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종교화나 제단화와 무언가 조금 달라서이다. 얀 반에이크의 유명한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런던 내셔널 갤러리)나, 인물화도 좋지만 나는 가장 먼저 제단화가 떠오른다.
나는 중세 종교화에서 약간의 거부감이 든다. 종교화틱한 화풍을 좋아하지도 않고, 인간인 화가가 그 성스러운 순간을 그리기 위해 너무 인위적으로 노력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르네상스 시대의 종교화는 너무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느낌이다. 둘다 중간이 없다. 한쪽이 극단적 비건이라면 한쪽은 극단적 육식?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한쪽은 너무 팍팍하고 한쪽은 너무 기름지다)
그런데 반 에이크 형제의 그림은 다르다. 아름다우면서도 경외감이들고, 성스러우면서도 과하지 않다. 게다가 섬세한 표현과 상징적 의미로 가득한 화폭은 항상 흥미롭고, 자세히 다가가 빤히 바라보게 만든다.
미술관에서 나오면서 워싱턴에 있는 Annunciation 그림 마그넷을 기념으로 샀다. 엔트워프나 마드리드에 있는 그림은 언젠가 보러 갈수 있을 것 같은데, 워싱턴은 가장 확률적으로 못볼것 같기도 하고, 그림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한동안 전시 덕분에 기분이 좋았다. 기억에 남을 만한 그리고 일부러 찾아가길 잘한 전시이다.
여러모로, 즉흥적이지만 3월 초인 이날 가기 잘했다.
유럽에 코로나가 점점 유행하면서 이동 제한이 생겼고, 벨기에 락다운으로 원래 예약한 날인 3월 중후반 표는 자동 취소되어 환불된다고 연락이 왔다. 2020년 3월에 유일하게 방문한 미술관인데, 여운이 오래 남을 만한 전시였기에 네덜란드 락다운의 아쉬움을 달래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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