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아침에 일어나니, 살짝 어둑한 하늘과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그리고 특유의 분위기에 비가 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비가 온다. 오랜만에 비가 오니 반갑다.
2월에는 내내 비가 왔다.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매일매일 비가 오는 날들을 지내보고 나니, 비오는 날을 누가 좋아하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앞에 조건부를 꼭 붙여서 말해야지. 가끔 오는 비오는 날이 좋아. 한달에 한두번쯤?

이곳에 온 후 흐리고 비가 매일 오는 날들이 한달 넘게 이어지자, 우울하고 피곤하고 무기력해졌다.
향수병이기도 했지만, 날씨의 영향이 컸으리라. 다행히 금방 기분이 풀렸지만 그 후로는 혹시나 몰라 비타민 디와 마그네슘을 필수약 마냥 꼭 챙겨먹고 있다.


비가 오니, 차도 한잔 마시면서, 창문 밖을 계속 보게 된다.
회사 다닐 때 비오는 날의 느낌이 생경하다. 주로, 여름장마철이었기 때문에 에어컨이 돌아가 실내 공기는 에어컨 특유의 차가움이 머금어져 있었다. 그리고 통유리 바깥으로는 물방울들이 맺혀있었다. 버스나 차가 지나갈때마다 나는 물과 맞닿는 바퀴 소리,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 열기와 습기를 머금은 바깥 공기. 실내와 실외의 공기차가 컸다. 그래서 더 생경하게 남아있나 보다.
학교 다니던 때 비가오는 날이면, 내리는 빗소리가 좋아 일부러 기숙사 창문을 살짝 열어놓았다. 창문을 열고 낮잠을 자는게 하나의 낙이었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잠들고, 그리고 일어났을 때 들리는 빗소리가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그 느낌이 다시 떠오르면서, 언제나 그랬듯 그 시간이 너무 그립다.
이곳에서 비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휴양림이나 한적한 시골에서 비가 오는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는데 아마 소리 때문인것 같다. 창문 밖에 살짝 나온 부분에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가 휴양림이나 시골 나무데크에 비가오는 날 들리는 소리와 비슷하다.
오랜만에 비가 오니 좋다. 이렇게 가끔 비가 와주니 좋다. 오후에는 홍차를 마셔야겠다.
비오는 날과 특히 잘 어울리는 하니앤손스 소호차를 마셔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