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길어진 해
더위를 먹었다.
한국 여름의 습한 더위를 견뎌낸 나에게, 유럽의 건조한 여름은 아무것도 아니겠다 싶었는데,
왠걸, 나는 그냥 에어컨의 보호아래, 여름이면 가디건 하나쯤은 들고 다녀야 하는 빵빵한 냉방시스템에 익숙한 연약한 회사원일 뿐이었다. (교수님께 한국의 습한 더위가 싫어서 나는 겨울에 한국 가겠다고 말했는데, 어리석은 자의 자만심이었다)
지중해성기후로 유럽의 여름은 대체적으로 온도가 높더라도 건조한 탓에 실내는 시원하다. 그래서 유럽 대부분 나라는 냉방시스템이 잘 갖춰져있지 않다. 그런데 작년부터 이상기후로 폭염이 발생하여, 사람들이 여름에 냉방시설을 슬슬 구매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폭염이라고 할 순 없지만, 한낮에 햇빛으로 인해 남서향인 스튜디오의 실내 공기가 달궈져 후덥지근하다.
그래서 낮에는 오히려 암막 커튼을 치고, 해가 조금씩 질 무렵에 커튼을 연다.
무슨 오기로 나는 아직까지 선풍기를 안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주에 후덥지근한 날들이 이삼일 이어졌는데, 결국 더위를 먹어 주말 내내 누워있었다. 안 그래도 더위에 약한데, 앞으로가 걱정이다.
해는 또 어찌 늦게 지는지. 처음에는 와... 신기하다 했는데. 며칠 지나니, 생체 시계도 조금 이상해지고, 위도는 우리나라랑 비슷한데 왜 이렇게 해가 긴거 같지라는 투덜거림 섞인 의문 뿐이다.
유럽의 꽃은 여름이라는데...
그래도 밖은 바람이 솔솔 불어 오히려 실내보다 시원하다. 여름, 잘 적응해 보자!!!